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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염색 공방이 모여 있는 올드타운

by 인포스캐너 2025. 6. 20.

천연 염색 공방이 모여 있는 올드타운에는 좁고 구불구불한 오래된 골목마다 문간에 걸린 천연염색 공방 간판이 보입니다. 이곳에서 만난 색의 이야기와 장인의 손길은 도시에서는 경험하기 힘든 특별한 여정입니다. 이 글에선 그 이야기를 풀어 볼 까 합니다.

천연염색 공방이 모여 있는 올드타운
천연염색 공방이 모여 있는 올드타운

 

1. 오래된 골목과 염색 공방의 만남

낡은 벽돌과 시멘트 바닥이 어우러진 올드타운 골목은 한눈에 보기에도 세월의 흔적이 묻어납니다. 이 길을 따라 걷다 보면 간간이 붉은 천 조각이나 파란 물든 천이 바람에 나부끼는 공방 앞을 지나게 됩니다. 구불구불 이어진 골목은 지도에 잘 표시되지 않아, 우연히 길을 잘못 들어서야만 알게 되는 숨은 보물 같은 공간입니다.

골목 양쪽에는 옛날 구멍가게였던 작은 점포가 공방으로 바뀌어 있습니다. 문을 열면 짙은 흙냄새와 풀내음이 섞인 은은한 향이 먼저 맞아 줍니다. 공방 내부는 작은 가마솥과 나무 통, 대야 등이 가지런히 놓여 있고, 벽에는 말리던 천 더미가 차곡차곡 쌓여 있습니다. 햇빛이 창문 너머 들어와 물든 천에 반사되면 마치 색의 향연이 펼쳐지는 듯합니다.

공방 입구에 선 배너에는 장인의 이름과 그가 주로 다루는 색 이름이 적혀 있습니다. ‘산수국 푸른빛’, ‘밤나무 갈색결’처럼 자연에서 가져온 재료의 이름이 친근하게 느껴집니다. 장인들은 오래된 골목과 함께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색의 뿌리와 의미를 전합니다.

이 지역은 예전에는 방직 공장이 모여 있던 동네였습니다. 공장이 떠난 뒤 남은 빈 점포를 여러 장인이 하나둘 채웠고, 서로 다른 공방이 일정 간격을 두고 모여 골목 전체가 작은 염색 마을처럼 변했습니다. 오늘도 이 길을 걷는 사람들은 공방 앞에 걸린 물든 천의 색을 보며 어느 재료로 염색했을지 상상하며 발걸음을 옮깁니다.

2. 천연염색의 재료와 과정 체험기

천연염색은 단순히 물감에 담그는 것이 아닙니다. 먼저 염색할 천을 준비해 깨끗이 삶고, 재료별로 우려낸 염액을 만드는 과정부터 시작합니다. 공방에서는 직접 재배하거나 현지 농부에게 받은 쑥, 치자, 감나무 잎, 코추(고추씨 껍질) 등을 건조해 보관합니다. 장인은 이 재료를 솥에 넣고 물을 부어 적절한 온도로 끓이며 색소를 추출합니다.

체험에 참여한 여행객은 먼저 천을 넓게 펼치고, 목장갑과 앞치마를 착용한 뒤 물에 적신 후 염액에 담갔다 건졌다를 반복합니다. 천이 점점 색을 흡수하며 살아나는 과정은 마치 살아 있는 예술 작품을 만드는 기분입니다. 천이 퍼렇게 물들 때는 손끝이 얼얼할 만큼 차가운 감촉이 전해지고, 붉은색 계열은 조금 더 뜨거운 물에서 색이 빠르게 올라옵니다.

염색 후에는 천을 그늘에서 말립니다. 이때의 색은 아직 진하지 않아, 마를수록 깊어지는 과정을 직접 지켜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골목 끝 김씨 공방에서는 말린 천을 손수 다림질해 부드러운 촉감과 선명한 색을 완성해 줍니다. 다림질 후 천을 둘러싸고 서면, 각기 다른 색이 만들어 내는 은은한 조화가 공방 안을 채웁니다.

체험이 끝나면 완성된 천을 작은 종이 박스에 담아 가져갈 수 있습니다. 직접 물들이고 말린 천은 여행의 기념품이며, 자연과 장인의 노력을 함께 간직하는 보물이 됩니다. 다음에 이 색을 보거나 만질 때마다 골목길에서 보낸 시간이 떠오를 것입니다.

3. 골목이 품은 예술가들의 이야기

염색 공방마다 색 앞에는 장인의 이야기가 놓여 있습니다. 20년째 이 골목에 터를 잡은 박 장인은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한 뒤 도시 생활을 접고 고향으로 돌아와 공방을 꾸렸습니다. 그는 이곳 골목길의 석재 담벼락과 조약돌이 내 물감이라며, 자연과 함께 작업하는 순간을 가장 행복해합니다.

또 다른 공방의 이 장인은 손자의 이름을 딴 색을 개발했습니다. ‘솔찬빛’이라는 이름의 녹색계 색소는 주변 솔숲에서 채취한 잎을 우려낸 것이며, 어린 손자가 ‘솔숲 향’이라 부르면서 특별히 의미 있는 색이 되었다고 합니다. 그 이야기 덕분에 그 색으로 물들인 천은 더욱 따뜻한 온기를 지닙니다.

이들 공방은 서로 교류하며 도움이 필요한 때에는 재료를 나누고, 손님이 몰릴 때는 함께 체험 일정을 조율합니다. 골목길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작업실처럼 연결되어 있어, 한 공방에서 배운 기술을 다른 곳에서 응용해 볼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장인들은 함께 골목길을 가꾸며, 작은 마을의 예술 문화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 골목을 찾는 이들은 공방 앞 벤치에 앉아 장인의 이야기를 듣고, 색과 함께 쌓이는 추억을 나눕니다. 공방마다 놓인 작은 엽서와 사진들은 이곳을 방문한 이들의 발자취이며, 골목이 품은 수많은 이야기의 증거입니다.

 

좁은 골목길을 따라 이어진 천연염색 공방 기행은, 색과 향이 어우러진 감각의 여행입니다. 오래된 담벼락 사이로 스며든 색의 흔적을 따라가며, 골목이 전하는 예술과 이야기를 마음에 새겨 보시기 바랍니다.